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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30일 수요일

.점술가 앞에서 고개가 끄덕여 지는 이유


.점술가 앞에서 고개가 끄덕여 지는 이유

동양에서는 출생한 해, 달, 일, 시를 통해 인생을 풀이하는 사주 풀이가 고래로부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왔다. 유사하게 동양에서는 출생시의 항성과 유성의 위치가 그 사람의 성격에 영향을 준다고 믿었다. 그러나 사주든 점성술이든 이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가 체계적으로 밝혀진 사례는 없다. 예측 불가능성이 점술가를 찾게 한다.
인공위성이 하늘을 날고, 초정밀 전자제품들이 만들어지는 과학시대에도 옛날과 마찬가지로 점술가들은 여전히 성업중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 해도,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분명하게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뭔가 확실성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다. 사후 세계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종교를 믿듯이, 앞날을 미리 알기 위해 사람들은 점술가를 찾는다.
공무원들에 비해 사업하는 사람들이나 정치인들이 점집을 즐겨 찾는 경향이 있으며, 농촌 사람들보다 어촌 사람들이 미신을 더 많이 믿는다. 왜냐하면 어부들은 언제 폭풍이 닥칠지, 어디에서 고기가 많이 잡힐지를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하는 사람들 역시 그 직업의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점술가를 찾는다. 남들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투표 결과에 매달려야 하며, 손에 잡히지 않는 여론이라는 것이 정치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점술가를 찾는 사람들은 자신의 앞날에 대해 확신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 책을 사보거나, 일간지를 뒤적여가며 오늘의 운세 난을 열심히 본다. 신문에 실린 '오늘의 운세'를 전적으로 믿지는 않지만, 적어도 상당 부분은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이러한 미신적인 믿음을 강화시켜 주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점술가들이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를 자신 있게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스포츠 신문의 '오늘의 운세'난에서 자기가 태어난 띠를 찾아 읽으면서도 사람들은 자기에게 어느 정도는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망각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인 연구 결과들은, 사람들이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일반적인 성격 특성들을 보고도 마치 자신의 성격을 요약하는 것으로 추측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혀냈다.어떤 실험에서 대학생들에게 하나의 성격검사를 실시했다. 며칠 뒤 깨끗하게 인쇄된 검사 결과를 배포해 주고, 그 내용이 자신을 얼마나 정확하게 묘사했는지를 평가하게 했다. 예를 들어, "외향적이고 붙임성이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소심한 구석이 있으며, 부모에 대한 애정이 있기는 하나 예민하게 부딪치는 경우가 간혹 있으며...."라는 동일한 검사 결과들을 각기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준다고 해도, 그 사실을 모르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검사 결과가 자신을 잘 나타낸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내용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각 개인은 정확하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명랑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당신은 겉으로는 외향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내성적인 성향이 강할거야" 라고 했을 때, 이를 부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모든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 상당히 내성적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늘 자신에 대한 것만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에게만 맞는 것으로 믿으려 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서커스 흥행주가 있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속아넘어가는 사람들을 가리켜 "매순간마다 바보가 되는 사람" 이라고 말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그 서커스 흥행주의 이름을 따서 버넘효과(Barmum Effect)라고 부른다.절차의 신비성이 신뢰감을 높인다.정신과를 찾는 환자들은 수십년 공부한 심리치료가와 한 시간이나 면담을 하고 나서도 치료비 몇 만원 내는 것은 아까워한다. "아니, 이야기 좀 했다고 돈을 내요?" 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는 대화만을 하는 것이 환자들에게는 별로 신비할 것이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다.그러나 거창한 기계들이 수백 개의 스위치들을 달고 있는 검사실에 들어오면 비싼 검사료에도 별로 불평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웅장한 빌딩의 최신식 시설이나 복잡한 기계, 신비스런 조명, 컴퓨터 등에 주눅이 든다. 점집을 촛불 조명, 방울 등으로 장식하는 이유는 바로 신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신비성은 시설뿐 아니라 기괴한 외모, 사용하는 언어나 입고 있는 복장, 몸짓 등으로 조장될 수 있다. 의사가 또박또박 한글로 처방전을 쓰는 것보다 알아볼 수 없는 글자로 휘갈겨 쓸 때 더 신뢰감이 간다. 점풀이를 해줄 때도 "百事須成이니, 용이 물을 만난 격이고..." 등등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지 않는 용어나 이해하기 힘든 한문 풀이 같은 것을 써서 신비감을 주어야 신뢰감도 생긴다.위압적인 말투가 권위를 세운다."그 년, 팔자 한번 더럽구먼..." 느닷없는 쌍소리와 반말에 처음에는 당황할 것이다. 그러나 점술가들은 고객의 기분에 아랑곳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욕설을 해대기도 한다. 이쯤 되면 고객들은 '아, 이 사람이 대단하다더니 정말 자신만만하구나. 자신 없는 사람이라면 저렇게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점술가치고 공손하고 부드럽게 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무에게나 반말이다. 때로는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언짢아하는 기색을 보이면 "다른 데 가 봐! 당신 같은 사람은 봐 줄 필요도 없어" 하고 호통쳐서 쫓아내기도 한다.권위적이고 위압적인 사람이 모처럼 온화해지면 더 감명을 줄 수 있는 것처럼, 공포감을 조성한 후의 처방이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점술가들은 위압적인 태도를 보인다.

병원 진찰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매우 다소곳하고 착한 아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대충 편한 자세를 취한 사람들도 선술집이나 카페에서처럼 방만한 자세를 취하지는 않는다. 점술가 앞에서는 더 얌전해진다. 병원이든 점집이든 상대의 진단과 점괘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얌전해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호통치고 욕하면서 돈버는 사람은 점술가외엔 없는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내담자(?)는 얌전해지고 복종적이다. 사람은 주눅이 들게 되면 자신의 문제를 더 잘 드러내기 마련이다.노련한 점술가들은 상대방을 주눅들게 했을 때 상대가 드러내는 시선, 표정, 눈동자, 목소리, 눈 깜박임 등의 행동 단서들을 잡아내는데 남다른 재주를 갖고 있다. 이러한 단서들이 그 사람의 인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위압적인 태도와 단언적인 말투는 신뢰감을 갖게 한다. 만약 점술가가 "이럴 수도 잇고 저럴 수도 있고..." 식으로 말한다면 아무도 그 사람을 찾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몇 달 못 살아!", "내 말이 틀리면 손에 장을 지져! 시키는 대로 해봐. 틀림없어!" 라고 말하는 것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확신이 없어서 점집을 찾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확신에 찬 단언적인 말에 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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