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반대로 행동할까?
우리는 식당에서 여럿이 어울려 식사를 하고 난 다음, 서로 앞다투어 계산대로 가는 모습을 왕왕 본다. 재미있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을 제치고 수입이 적은 사람이 더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흔히 돈으로 사람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돈으로 사람을 저울질한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가난하다고 생각하면 스스로를 가치가 낮다고 평가하게 되며, 그러한 열등의식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공연한 오기를 부려 통이 큰 체 행동하는 것이다.
내면의 욕구를 인정하는 것이 죄책감을 수반하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할 때는 그 욕구를 은폐하기 위해 정반대로 행동하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주는 것과 같이 내면적 욕구와는 상반되는 행동과 태도를 드러냄으로써 욕구나 동기를 은폐하려는 것을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이라고 한다.거부감과 적대감이 느껴지는 사람에게 오히려 과도하게 정중하고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손꼽아 기다렸던 사람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짐짓 퉁명스럽게 받는 것, 젊은이들이 미팅이나 동아리 모임에서 외설적 주제에는 눈살을 찌푸리고 그 반대로 예술이니 철학이니 하는 것을 주된 주제로 삼는 것도 어찌 보면 숨어 있는 다른 동기를 은폐하려는 무의식적 시도이다.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여학생이 하는 고무줄 놀이를 방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인들도 연모하는 감정이 들통날까 봐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짓궂게 굴기도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탔을 때 예쁜 여자 옆의 빈자리를 놔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앉는 것이나 골목길에서 낯선 여자가 앞서 가면 왠지 앞질러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잠재된 욕구를 은폐함으로써 긴장감에서 벗어나려는 무의식적 시도이다.
'참외밭에선 신발 끈을 매지 마라'는 말이 있듯이 공연한 오해를 살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진정으로 아무 생각이 없다면 남이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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