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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30일 수요일

영화 속 심리(상담편) 아이즈 와이드 샷 (Eyes Wide Shut)




아이즈 와이드 샷 (Eyes Wide Shut)
 
ㆍ제작년도 : 1999년
ㆍ제작국가 : 영국
ㆍ감독 : Stanley Kubrick
ㆍ출연 : Tom Cruise, Nicole Kidman

 아이즈와이드셧은 보는 사람에 따라 스릴러가 될 수도 있고, 포르노에 가까운 영화도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우리 삶의 중요한 과제인 결혼에 대해 아주 차갑고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다. 
사실 이 영화는 그 유명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으로 최근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물론 몇몇 영화평론가들의 눈에는 이 영화의 작품성이나 예술성이 큐브릭 감독에 대한 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지도 모른다.

▒ 영화 이상의 호기심을 자극?
그러나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중에 발생한 우연적이면서도 계획적인 사건들! 이를테면 헐리웃의 부부배우인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영화 속의 실제 부부로 나온다는 점, 9년만에 위기를 맞는 결혼생활을 그린 영화에 실제로 결혼한지 9년 된 부부배우가 출연했다는 점, 편집을 완성하던 마지막 주에 큐브릭 감독이 사망했다는 점들은 우리에게 영화 이상의 느낌을 주면서 내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다.

▒ Iced Sex
그리고 영화 속의 섹스파티와 거기에 등장하는 많은 섹스장면들은 다른 영화에서처럼 단순히 섹스장면 자체로만 자극하지 않는다. 큐브릭감독은 위기감을 조성하는 음향효과와 더불어 아주 불편한 공포분위기를 조성시켜, 공포감과 성적인 욕구를 동시에 자극하도록 의도하였다. 이러한 양면적인 의도는 Iced Sex (얼음처럼 차갑게 긴장시켜버린 섹스)라는 단어의 표현으로 짐작케한다. 사실 섹스파티 장면때문에 이 영화는 미국에서 NC-17 등급을 받을 뻔하기도 하였다. 결국 디지털 기술로 재처리해 R 등급을 받긴 했지만...

▒ 결혼 9년에 찾아온 유혹
결혼 9년에 접어들면서 권태를 느낀 부부가 서로에게 갑자기 찾아온 유혹을 완전히 접지 못하고, 한 발 한 발 다가가면서 겪게되는 기묘한 사건들의 전개가 이 영화의 스토리로 구성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당황하고 방황하다가 결국 진실한 감정을 서로에게 고백하면서 이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러한 영화 속 부부의 모습은 지금 우리에게 과연 결혼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한다. 그럼 여기서 잠시 영화 속으로 들어가볼까?

▒ 뉴욕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파티
화려하고 현란한 불빛아래 흥청거리는 뉴욕의 크리스마스. 성공한 의사 빌 하퍼드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앨리스는 빌의 친구 지글러가 여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한다. 그리고 그날 밤 파티에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이성으로부터 강한 성적 유혹을 받는다. 은근한 속삭임으로 접근해 오는 한 유럽 남자와 춤을 추는 앨리스... 그리고 두 명의 늘씬한 모델로부터 적극적인 구애를 받는 빌...

▒ 엘리스의 고백은 이어지고…
다음날 두 사람 모두 파티에서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을 때, 앨리스는 빌에게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는다. 여름 휴가 때 우연히 마주친 한 해군장교의 매력에 반해 그에게 강한 충동을 느꼈다고…그와 하루 밤만 보낼 수 있다면, 남편과 딸 모두를 포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는 사실까지. 평소에 아내를 정숙한 여자로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던 빌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인다. 그날 밤 환자의 부음 소식을 듣고 집을 나선, 그는 앨리스가 실제로 장교와 정사를 나누는 환상에 시달린다.

▒ 비밀 섹스파티장에서의 위기
그 후부터 마치 뭔가에 홀린 듯 뉴욕의 밤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한 빌은 얼마 후 대학 동창인 닉으로부터 부자들의 비밀 섹스 파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닉의 반대를 무시한 채 엘리스의 정사 장면의 환상에 시달리며, 빌은 파티장에 찾아간다. 종교의식을 거행하듯 나체의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집단 섹스를 벌이는 혼음 파티... 하지만 빌의 위장 침입이 곧 밝혀지면서, 그는 피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렇게 유혹의 클라이막스는 하늘을 치솟고, 그러면서 하나 둘씩 해결의 실마리가 풀어진다.

▒ 우리의 진실한 모습은?
자! 그럼 이쯤에서 생각해보자. 우리는 누구나 권태기를 경험하고 다양한 종류의 유혹에 넘어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그런 감정이 든다고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는가? 혹은 우리 내면에 성적인 유혹이나 느낌조차 없는 것처럼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무시하고 스스로 속이며 살지는 않는가? 그러다가 문득문득 더없이 많은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상상하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한 적은 없는가? 이와는 반대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은 하면서도 앞뒤를 헤아리지 않고 성적인 유혹에 이끌려 감정대로 행동을 옮기려 하지는 않는가?

▒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이런 점에서 니콜키드먼의 솔직함은 그녀를 더욱 아름답고 인간적인 여인으로 돋보이게 한다. 해군장교와 성관계를 하고 싶었다는 판타지를 간직하고 있으면서 그런 감정을 스스로 속이지 않는 모습, 복잡한 감정을 억지로 단순화시키지 않는 모습, 심리적으로 솔직하게 발가벗지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서 균형을 잃지 않는 모습…

▒ 권태라는 가면을 넘어서는 성숙
혹자는 큐브릭 감독이 욕망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와 결혼생활의 허구를 보여주려 했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우리 내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작은 상상과 수치스러운 호기심들을 솔직하게 보여지길 추구한 것은 아닐까? 그는 결혼생활이란 문득문득 다가오는 유혹들을 부정하거나 회피함으로써 단순화시켜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뛰어 넘으면서 성숙해지는 것으로 표현하려 한 것은 아닐까? 큐브릭은 권태라는 가면을 우리에게 찾아오는 유혹으로, 복잡하지만 묘미가 있는 감정의 기복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오히려 이러한 가면이 있기에 우리의 인생이 더 맛이 있고, 무엇보다도 아슬아슬한 위기를 경험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인간의 성숙을 보여주려 한 것이리라.

▒ 마지막 대사의 여운
니콜 키드먼의 마지막 대사가 귀에 맴돈다.
"우리는 그것이 현실이었든 꿈이었든 우리가 경험한 모든 기묘한 사건들 속에서 상처입지 않고 견뎠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는 오랫동안 깨어있을 수 있을 거예요. ... 하지만 우리는 결코 미래를 장담하지는 말아요."

지금까지 상처 없이 지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지만, 미래는 긴장 속에 남겨두어야 하는 것, 그것이 결혼생활인가!

글/ 김창대(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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